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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가 좁아지는 때 2
 작성자: 훈이아빠  2010-10-27 10:19
조회 : 3,199  


날씨는 쌀쌀해졌지만,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가을입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며, 들판에서 한창 추수하는 모습을 들여다 봅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콤바인만 부지런히, 왔다갔다 부산을 떨어댑니다.
쓸쓸해지는 들녘처럼, 인간으로서의 설자리가 좁아집니다.

등교 시간이라 전철 승강장에 대학생들이 가득합니다.
단풍처럼 울긋불긋한 가지각색의 옷들이 아니더라도
젊음만으로 한창 꽃이 피어날 시절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만 그럴까요?
친구들과 수다를 주고받거나 홀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학생들 모두에게서
왠지모를 쓸쓸함과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대학교 재학생들이 아니라 그런건지...
하기야 모두 입학한지 최소한 반 년 이상씩은 지났을테니
그런 감정들엔 둔해졌을 것 같은데.
취업이나 이성문제, 우정을 빙자(?)한 소속의 갈망같은 것들이
마음속을 짓누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한참 지나버린 저의 20대 초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농경 시대의 단순하던 사회에서 산업 시대로, 정보화 물결로 내던져진
경쟁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아가야 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
과연 부모의 지원없이 적응을 할 수 있을만큼 내적으로 단련이 되었을까 은근히 걱정됩니다.

엊그제는 집 앞 대학교에서 <음악 교육과 정기 발표회>를 하길래 아이들을 데리고
기대감에 부풀어 공연 강당을 찾아갔습니다.
가야금, 피아노, 성악, 합창...
음악 교육과 학생들이기도 하지만 대학교 명성에 걸맞게 실력있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제 눈에는 바로 TV에서 보여줘도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이 저런 수준에 도달했다는게 참 부럽기도 하고
나 자신은 어떤 순간을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게도 된 의미있는 저녁이었습니다.
싯달타가 현실에 나타난다 하더라도 아마 그들처럼 헝가리안 랩소디를 연주할 순 없겠지요.
아마 고독한 연습의 과정에서, 내가 지금 뭐하는거야? 하고
건반을 뭉개지나 않으려는지 모릅니다.
누구나 천차만별의 얼굴 모양을 한 것처럼
개개인의 능력과 흥미는 저마다 각양각색인 것입니다.
당당하게, 지혜롭게, 인간으로서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개개인의 현 위치에서 열심히
양심의 목소리를 따라 진리를 탐구해 가다보면 어느 순간
모든 지류의 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축복을 맞이할거라는
순진한 희망을 가슴에 꿈꾸어 봅니다.

가을도 벌써 가려는지 낙엽들은 늘어만 가고
억새의 반짝이는 물결들이 애처롭게 흔들립니다.
이번 겨울엔 겨울잠을 한 번 청해볼까 합니다.
그동안의 무겁던 머리를 포기하도록
모든 쓸데없는 소음들에 귀를 틀어막고
마음 속 유혹의 속삭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단단하고 의연한, 하지만 달콤한 꿈 속으로
겨울을 행복하게 나고 싶습니다.

 

의견 2
보적
나이테가 좁아지는 것은 성장을 적게 하기 때문이고 이런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우리 인간은 고성장은 좋고 저성장은 안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어서,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이테가 좁아지는 계절 가을에서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_()_
  10-10-27 16:57 
   연결된 답글코멘트
훈이아빠
볼품없는 글에 멋진 외투를 걸쳐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10-10-30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