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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자취 2
 작성자: 훈이아빠  2010-10-20 10:27
조회 : 2,663  

산부인과나 산후 조리원에서 신생아를 보았을 때,
아직 아들 녀석들이 기저귀를 차고 돌아다녔을 때
새근새근 잠든 곁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아기 냄새에 행복해 했던 게 언제였나 싶습니다.
세상엔 험하고 무시무시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선량하고 양심 바른 생각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저 저처럼 용기가 부족해서
일상의 압력에 기를 못 펴고 살지언정
소소한 미소를 잃지 않고 저마다 한두가지
소중한 꿈을 마음에 품고서 나날의 세상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이런 평범함 가운데에서
대범하게 자기 식대로 살면서도 주변에 아름다운 향기를 퍼뜨리는
참사람답게 사는 인간(?)들이 더러 있어
놀라움과 반성의 시간을 제게 던져 주곤 합니다.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나아감이 바람직 하겠지만
일단은 발견의 맛과 기쁨이 너무 커서
꼭, 많은 다른 사람들도 함께 느끼길 바래보게 됩니다.

소설 무소유 ! - (정찬주 지음)

'법정' 스님의 글은 거의 읽어 보았기에,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직장 독서회에서 도서 신청을 받기에 저도 모르게 이 책을 써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새벽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 나라 불교계의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 같기도 하고
꼬장꼬장한 독종 노인네 같기도 한, 엄한 표정으로 육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우리 강산과 정신의 황폐화를 괴로워하며 우리곁을 떠나갔던 스님...
스님의 아름답고 충만된 삶에 또 얼마나 강한 인내심이
자연과 인간의 추위와 유혹을 이겨냈을까 싶어 감히 상상하기 두렵습니다.
그래도 당신 자신의 글 뿐만 아니라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비구 '법정'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년, 청년 시절의 진지함이 시종일관 유지되면서도 중년을 거쳐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간으로서 참으로 밀도있게 아름다운 삶을 산 한 사람의 일생을 감동적으로 드러내어 줍니다.

식민지배층 영국인들로부터마저 최고의 존경을 받았던 위대한 영혼 '간디'의 자서전이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처럼
마치 스님 스스로가 소개하시는 듯한 그분의, 인생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나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 자연과의 교감들을 엿보게 되다보면
저 자신도 그저 지식과 경험에만 인생을 빼앗기지 말고 또 실수를 두려워 하지 말고
용감하게 자신을 탐구하며 삶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쉽게 읽히도록 작가의 배려가 세심하게 구석구석 배어져 있지만
행간의 깊은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 책만은
가족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을 택하여 읽었습니다.
비록 얇진 않지만 책 한 권에 '법정'을 상당히 폭넓게 그려낸 작가의 노고에
다시금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설이란 선입견을 타파시키는, '법정'스님의 글들에 대한 참고서로서
상처로 황폐해진 우리들의 영혼을 부축해주는 스님의 글들처럼 이 책 '소설 무소유'가
불교 신자고 아니고를 떠나서 모든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마음의 울림을 전해줄거라 확신합니다.

돈으로 뒤범벅된 가치가 인간을 점점 더 소외시키는 현실에 존재했던 청빈의 초대.
정말로 정다운, 사람의 소식이 그리웁다면 태고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법정'스님을 꼭 권유하고 싶습니다.
우리 글과 우리 나라를 너무나 사랑하신, 다시 태어나도 꼭 대한민국에 오고 싶다던 스님.
법문을 하실 때면 항상, 미리 준비한 원고를 참조하여 핵심적으로
간결하지만 살아있는 지혜를 전해주던 겸손한 스승.
영국에 세익스피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법정'스님이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입적하신지 이제 반년이 지났지만 언제나 그리운 스님.
하지만 당신의 유언처럼 불교에 대한 책이나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진정한 삶을 살아내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각오가 불끈 솟아오릅니다.
또 무소유란 필요없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지 목석같은 사람이 되는게 아니란걸 위안삼아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가능하다면 마음과 마음이 투명하게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외람되지만 저도 스님의 마음을 조금은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가을엔, 황금 들판을 추수하는 광경을 멀거니 바라볼 수 있는 충만의 기쁨도 느껴야 하겠지만
빈 들녘에서도 허허롭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의 곳간을 채우는 데에도
게으르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의견 2
소나무
감사합니다~~~~~~   10-10-26 14:37 
   연결된 답글코멘트
훈이아빠
소 + 나무 ...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입니다.
소나무 아래서 '음메~ 녀석'이 한가롭게 꼬리 치는 시골 풍경은
이제 볼 수 없는 시대지만 말이죠. ㅎㅎ
오랫만에 오늘은 '기차와 소나무'를 한 번 들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0-10-27 10:27